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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원고택 완주(이축고택, 한옥스테이, BTS성지)

by 땡뀨뽀 2026. 6. 4.

주말에 어디 갈지 고민하다가 멀리는 못 가겠고, 그렇다고 집 근처 카페만 돌기엔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저도 그런 날, 대전에서 차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전북 완주 아원고택을 찾았습니다.

 

 

 

이축고택이란 무엇인가, 아원고택의 탄생 배경

아원고택은 흔히 '오래된 한옥을 잘 꾸민 곳'이라고만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그 배경을 알고 가면 보이는 것이 달라집니다. 이곳은 이축고택(移築古宅)으로 조성된 공간입니다. 이축고택이란 원래 있던 자리에서 해체하여 다른 장소에 그대로 옮겨 복원한 전통 건축물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한옥 스타일로 새로 지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 수백 년 된 목재와 기와를 분해하고 다시 세운 것입니다.

아원고택의 경우 경남 진주의 250년 된 고택과 전북 정읍의 150년 된 고택을 현재의 자리로 옮겨 왔습니다. 기본 뼈대는 그대로 살리고 서까래와 기와만 교체했다고 하는데, 그 사실을 알고 나서 바라보니 안채 처마 밑에 서 있을 때 느낌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그냥 예쁜 한옥이 아니라, 진주 어딘가에서 누군가 실제로 살았던 공간이라는 감각이 생겼습니다.

인근 소양고택 역시 같은 방식으로 탄생했습니다. 고창과 무안의 철거 위기에 놓인 180여 년 된 고택 세 채를 2010년 해체해 이곳으로 옮겨 복원한 것입니다. 이러한 이축 방식은 단순한 복원을 넘어 문화재적 가치를 지닌 건축 유산을 보존하는 방법으로, 문화재청도 전통 건축물 보존 방식의 하나로 인정하고 있습니다(출처: 문화재청).

아원(我苑)이라는 이름의 뜻은 '우리들의 정원'입니다. 산비탈과 논밭이었던 자리에 건축가 전해갑 대표가 이 공간을 조성했고, 이름처럼 고택 전체가 하나의 정원처럼 설계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방문해 보면 어느 공간에서나 물이 보이고, 연못에 산의 능선이 반사되어 있습니다. 그 물 풍경 하나, 자연 풍경만으로도 입장료 10,000원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옥스테이 실체 검증, 아름다움과 불편함 사이

일반적으로 한옥스테이는 분위기는 좋지만 실용성이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반은 맞습니다. 아원고택에서 숙박을 고려하며 공간을 둘러봤는데, 가격 구조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한옥스테이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하는 숙박 형태로, 전통 한옥에서의 1박 체험을 공식적으로 분류한 카테고리입니다. 일반 호텔이나 펜션 등급 체계와는 별도로 운영됩니다. 아원고택의 숙박 시설은 공간별로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 안채(서하당): 250년 된 진주 고택을 이축한 공간, 1실 기준 비수기 43만 원
  • 별채(천목다실): 노출 콘크리트로 지어진 현대식 미니멀 건축, 1실 40~47만 원
  • 사랑채(연화당): 안개와 노을이 있는 곳이라는 뜻, 1실 47만 원
  • 천지인(만휴당): 만사를 제쳐놓고 쉬는 곳이라는 의미, 안방 28만 원·건넌방 25만 원

이 가격은 비수기 기준이고,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더 올라갑니다. 입실 시간이 오후 4시, 퇴실은 다음 날 오전 10시 30분인데, 금액 대비 체류 시간이 짧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려웠습니다. 숙박 손님에게 아침 식사를 제공한다는 점은 플러스 요소이지만, 하룻밤을 위해 그 금액을 쓴다면 아침 식사 이상의 경험을 기대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청마루에 앉아 종남산의 능선을 바라보고, 연못에 산 그림자가 내려앉는 풍경을 보고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한국관광공사의 전통 한옥 숙박 정보 플랫폼에서도 아원고택은 국내 한옥스테이 중 상위 추천지로 등재되어 있습니다(출처: 한국관광공사). 공간 자체의 완성도는 분명히 높습니다. 제가 직접 걸어보니 갤러리에서 고택으로 이어지는 대나무 숲길 5분이 그 돈의 상당 부분을 설명해 주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BTS 성지 그 이상, 완주 근교 여행으로 보는 이유

BTS 성지라는 수식어가 아원고택에 붙은 것은 방탄소년단이 2019년 서머 패키지(Summer Package) 한국 편 화보와 영상을 촬영하면서부터입니다. 당시 BTS 측은 아원고택 전체를 수일간 통째로 임대해 머물렀고, 이후 국내외 팬들 사이에서 순례지처럼 알려졌습니다. 저는 BTS 팬은 아니지만, 이 수식어가 오히려 방문에 망설임을 주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팬들을 위한 곳이거나 팬들이 많이 와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제 경험상 실제로 가 보면 BTS 관련 안내나 전시보다 건축과 자연 자체가 훨씬 앞에 있습니다. 고택을 올라가기 전에 통과하는 아원갤러리부터 그렇습니다. 아원갤러리는 노출 콘크리트 구조물로 지어진 현대식 갤러리로, 방문 당시에는 미디어 아트(media art) 전시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미디어 아트란 디지털 기술과 영상을 활용한 예술 형식으로, 천장을 닫으면 내부 수공간에 영상이 투영되는 방식이었습니다. 시멘트 벽과 찰랑이는 물, 하얀 천에 비친 달 이미지가 묘하게 어울렸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공휴일이었는데 주차 자체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많은 관광객 탓에 연못 앞 포토존은 차례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인기 있는 곳임은 분명하지만,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온전히 누리기 어렵습니다. 평일 오전이나 비수기를 노리는 것이 현명합니다.

완주 오성한옥마을 일대에는 아원고택 외에도 구경할 곳이 있습니다. 두베 카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1층 음악 감상실과 갤러리가 노키즈존으로 운영되며 정원 뷰를 바라보는 통창이 인상적입니다. 예약제 독립 한옥 서점인 플리커 책방은 하루 전 네이버 예약이 필수입니다. 저는 예약을 못 해 외부에서만 봤는데, 다음에는 꼭 들어가 볼 생각입니다. 아원고택에서 위로 약 15분 정도 더 걸어 올라가면 소양 오성제 저수지가 있고, 그 앞 소나무가 BTS 나무로 알려진 포토존입니다. 근처에 오스갤러리도 있어서 생각보다 반나절이 훌쩍 지납니다.

대전 기준으로 1시간 3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라는 것이, 저에게는 이곳을 자꾸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멀지 않으니까 계절마다 다른 표정을 보러 가는 게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숙박 비용이 부담된다면 당일치기로 입장료 10,000원만 내고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금전적 여유가 생기면 하룻밤은 꼭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기도 합니다. 대청마루에 앉아 산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룻밤, 그게 이 공간이 주는 가장 솔직한 가치인 것 같습니다. 완주 근교 여행을 고민 중이라면 봄 벚꽃이나 가을 단풍 시즌보다 조금 이른 평일을 노려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youtu.be/rj-hxdG3I0s?si=iROhBvyI7WjeD0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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