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고타를 밟았던 건 약 10년 전입니다. 아마 기억으로는 현재까지 5~6번 정도는 보고타를 방문한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솔직히 해가 지면 호텔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두려웠습니다. 그런데 가장 최근에 다시 찾은 콜롬비아 보고타는 달랐습니다. 호텔 주변을 걸어서 쇼핑도 하고, 초저녁에 동네 편의점을 다녀올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5번 이상 다녀온 제가 느낀 보고타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입체적인 도시입니다.


보고타 치안, 실제로 가보니 어떤가
보고타가 위험하다는 말은 여전히 사실이지만, 또 엄청 위험한 것까지는 아닙니다. 제가 여러 번 다녀보니 체감 치안은 방문 시기, 머무는 지역, 그리고 행동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졌습니다. 저는 방문할 때마다 홀리데이인, 쉐라톤, 메리어트 같은 체인 호텔이 밀집한 구역에 숙소를 잡았습니다. 이 일대는 도로가 정돈되어 있고, 유동 인구가 많아 체감 안전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10년 전에는 소수의 일행이 시내를 걷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최근 방문에서는 '차피네로'나 '조나 G' 같은 구역을 낮에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고, 카페나 레스토랑도 편하게 이용했습니다. 치안 환경이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는 건 분명합니다. 여기서 조나 G(Zona G)는 스페인어로 Zone을 Zona라고 하며, G구역을 의미합니다. 이 G 구역은 보고타 최고의 파인다이닝과 고급 카페가 밀집되어 있는 곳입니다. 차피네로는 조나 G를 포함한 현지 시장, 클럽, 부티크 호텔이 밀집한 지역을 의미하며,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장소입니다.
다만 방심은 금물입니다. 특히 볼리바르 광장(Plaza de Bolívar)은 관광객이 집중되는 만큼 소매치기 피해가 빈번한 구역입니다. 볼리바르 광장이란 보고타 구시가지의 중심부에 위치한 역사 광장으로, 대통령궁과 국회의사당, 대성당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콜롬비아의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이국적인 건물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사진으로 담기에 정말 좋지만, 카메라를 꺼내는 순간부터 주변을 살피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보고타 여행 시 치안 측면에서 제가 직접 지키고 있는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 야간에는 반드시 우버 또는 신뢰할 수 있는 앱 기반 택시를 이용하고, 길거리에서 무작정 택시를 잡지 않습니다. 노란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 카메라와 스마트폰은 사람이 없는 골목에서는 꺼내지 않습니다.
- 고산지대 특성상 자외선 지수가 평지보다 훨씬 높으므로 야외 활동 시 모자나 양산을 반드시 착용합니다. 자외선 지수란 태양으로부터 방출되는 자외선의 강도를 수치화한 지표인데, 고도가 높을수록 대기층이 얇아져 자외선 차단 효과가 줄어들기 때문에 두피와 피부 보호가 더욱 중요해집니다.
- 혼자보다 세 명 이상이 함께 이동합니다.



몬세라테와 콜롬비아 커피, 보고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들
보고타에 다섯 번을 갔으면서도 몬세라테(Monserrate) 언덕을 처음 올랐을 때의 느낌은 아직도 선명합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약 3,152m 정상에 오르면 보고타 도심 전체가 발아래 펼쳐집니다. 몬세라테의 경우 산악 지형을 극복하고 정상까지 오르기 위해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야 합니다. 이른 아침 구름이 도시보다 낮게 깔려 있었고, 산이 바로 뒤에, 구름이 바로 앞에 있는 기묘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도시 한복판에 있는데 히말라야 어딘가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보고타 여행이 조금 밋밋하게 느껴졌다면, 몬세라테는 그 인상을 단번에 바꿔놓을 만한 장소입니다.
보테로 미술관(Museo Botero)도 갈 때마다 들르는 곳입니다. 콜롬비아 출신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의 작품들이 전시된 이곳은 무료로 입장이 가능합니다. 보테로의 그림은 인물과 사물을 의도적으로 과장되고 풍만하게 표현하는 것이 특징인데, 이를 보테리즘(Boterismo)이라고 부릅니다. 보테리즘이란 라틴아메리카 고유의 풍부함과 생명력을 둥글고 과장된 형태로 표현하는 미술 양식으로, 단순히 '뚱뚱하게 그린 그림'이 아니라 콜롬비아 문화의 해학과 활력을 담은 예술 언어입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그렸는지 의아했는데, 몇 번 보다 보니 그 에너지가 점점 좋아졌습니다.
커피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콜롬비아는 세계 3대 커피 생산국 중 하나로, 특히 아라비카(Arabica) 원두 생산으로 유명합니다. 아라비카는 전 세계 원두 생산량의 60~70%를 차지하는 품종입니다. 한국에서 마시던 콜롬비와 원두와 현지에서 마시는 커피 맛이 완전히 다릅니다. 특히 콜롬비아에 입점한 스타벅스는 콜롬비아 현지의 원두를 사용하여 아메리카노를 만들기 때문에 스타벅스에 들러서 미국이나 한국에서 먹는 아메리카노보다 더 특별한 아메리카노를 즐기는 것도 추천합니다. 다만, 보고타의 카페들은 아이스 음료 문화가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 편이고, 기온이 높아 얼음의 상태가 여행자들의 몸 상태에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면서 아이스 음료를 드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보고타는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도시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 도시를 온전히 즐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몬세라테에서 도시를 내려다보고, 보테로 미술관에서 웃음을 찾고, 현지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안전에 유의하면서 여행 지역을 잘 선택한다면, 보고타는 생각보다 훨씬 깊은 여행지입니다. 처음 남미 여행을 시작하는 분이라면, 낯섦에 적응하는 베이스캠프로 보고타만한 도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