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이라고 하면 서울 아니면 용인이라는 공식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습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직접 대구 이월드를 가보니 '여기 꽤 괜찮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전 정보 없이 간 이월드는 기대를 한껏 낮추고 간 덕분에 오히려 모든 게 아주 만족스러운 곳이었습니다. 대구에서 하루를 이렇게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진작에 왔을 텐데 싶었습니다.



대구 이월드의 놀이기구, 직접 타보니 이 정도였습니다
이날 일정은 대구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동성로에 위치한 '도마29'라는 식당에서 초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중앙떡볶이에도 들르려 했지만 웨이팅이 너무 길어 사진만 찍고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삼송빵집에서 양가 부모님께 드릴 빵까지 한 보따리 사서 맡겨두고, 스타벅스 동성로 고택점에서 커피 한 잔을 마셨습니다. 한옥 안에 스타벅스가 들어선 구조가 꽤 독특했습니다. 그렇게 대구 시내를 한 바퀴 돌고 나서 이월드로 향했는데, 솔직히 그때까지도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막상 입장하고 가장 먼저 탄 게 바이킹이었는데, 이게 의외로 몸을 깨워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테마파크에 왔다는 실감이 그제야 밀려왔습니다. 이후로는 롤러코스터 세 종류를 차례로 탑승했습니다.
여기서 이월드가 경쟁력을 갖추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롤러코스터 라인업입니다. 허리케인은 360도 회전 트위스트(레일이 한 바퀴 완전히 뒤집히는 구간)를 포함하지만 운행 시간 자체가 극도로 짧아서, 롤러코스터를 처음 타보는 분도 도전해볼 수 있는 입문형 어트랙션입니다. 카멜백은 카멜백(camelback) 구간, 즉 낙타 등처럼 솟아오른 레일에서 순간적으로 몸이 좌석에서 뜨는 에어타임(air-time)을 경험할 수 있는 코스입니다. 여기서 에어타임이란 중력이 일시적으로 감소하면서 탑승자가 무중력에 가까운 부양감을 느끼는 구간을 가리킵니다. 대구 시내 풍경을 가로지르는 개방감도 카멜백만의 매력이었습니다.
세 번째인 부메랑은 차원이 달랐습니다. 뒤로 레일을 거슬러 올라갔다가 발사되는 방식인데, 이를 리버스 런치(reverse launch) 방식이라고 합니다. 리버스 런치란 열차가 출발 지점에서 앞이 아닌 뒤쪽으로 먼저 이동했다가 역방향으로 가속 발사되는 구조를 말합니다. 360도 회전과 트위스트를 거친 뒤 끝에서 다시 멈추고, 왔던 코스를 역방향으로 되돌아가는 방식은 제가 타본 롤러코스터 중 가장 중력 가속도(G-force, 탑승자가 몸에 느끼는 관성력의 크기)가 강렬하게 느껴진 기구였습니다. G-force가 높을수록 탑승자의 체감 무게가 증가하고 혈액이 몸 아래로 쏠리는 현상이 생기는데, 에버랜드 T익스프레스와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평이 있을 만했습니다.
저녁이 가까워지자 분위기가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유아 동반 가족들이 빠져나가면서 낮 동안 길게 줄 서 있던 어트랙션들의 대기가 확 줄었습니다. 눈여겨보던 에어레이스와 메가스윙을 별로 기다리지 않고 연달아 탈 수 있었던 건 순전히 타이밍 덕분이었습니다.
후룸라이드를 기다리는 도중에는 황당한 일도 있었습니다. 줄을 서던 중 대전으로 돌아가는 기차표를 예매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갑자기 떠올라서, 물보라가 튀는 걸 두려워하며 스마트폰으로 예매를 마쳤습니다. 놀이공원에서 급하게 기차표를 끊은 건 그날이 처음이었습니다.
이월드의 대표 어트랙션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허리케인: 짧은 운행 시간, 360도 회전 포함, 롤러코스터 입문자에게 적합
- 카멜백: 긴 코스와 에어타임, 대구 시내 전망을 함께 즐길 수 있음
- 부메랑: 리버스 런치 방식, 국내 유일 구조, 이월드 최강 스릴
- 에어레이스: 360도 회전 포함 고속 회전형, 경주월드 드래곤 레이스와 동일 기종
- 메가스윙: 순간 정지 후 역방향 반복 회전, 공포감을 소리로 표현할 틈도 없는 수준
국내 테마파크 중 대형 롤러코스터를 3개 이상 보유한 곳은 롯데월드, 경주월드, 이월드 세 곳에 불과합니다(출처: 한국테마파크산업협회). 이 세 곳이 국내 스릴 어트랙션 보유량 기준으로 사실상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월드의 볼거리와 풀코스, 가기 전에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놀이기구만 타고 나왔다면 절반도 못 즐긴 셈입니다. 직접 겪어보니 이월드는 먹거리와 볼거리에서도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케이블카인 스카이웨이를 타고 정상으로 올라간 타이밍이 마침 노을이 질 무렵이었습니다. 케이블카 안에서 내려다보이는 대구 시내와 놀이공원의 실루엣이 노을빛에 물드는 장면은 이날 일정 중 가장 인상 깊은 순간이었습니다. 83타워에서 내려다보는 파노라마 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파노라마 뷰는 남산 타워보다 높은 고도에서 확보되는 시야라 장난감처럼 조그맣게 펼쳐지는 놀이공원 전경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점심은 내부 맘스터치에서 햄버거로 해결했는데, 테마파크 안에서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퀄리티면 나쁘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다음에 다시 간다면 파크 가장 안쪽 에어레이스 광장에 있는 한솥도시락과 베이커리 카페 뱅드프랑스의 사과빵은 꼭 먹어보고 싶습니다. 이번엔 시간이 촉박해서 그냥 지나쳤던 게 계속 아쉬웠습니다.
주주팜 동물원은 유리 칸막이 없이 동물과 1m 이내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에버랜드의 사파리처럼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방식과는 달리 훨씬 밀착된 경험이 가능합니다.
이월드 풀코스를 처음 가는 분들께 추천하는 동선은 아래와 같습니다.
- 입장 직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다이나믹 월드로 올라가 바이킹, 탬버린, 허리케인, 메가스윙, 에어레이스 순서로 탑승
- 파크 내 식당에서 점심 식사
- 12시 이후 주주팜 동물원 관람 (먹이 구매는 신중하게)
- 어드벤처 월드로 이동해 카멜백, 부메랑, 후룸라이드 탑승
- 뱅드프랑스에서 사과빵 휴식, 포시즌스 가든 사진 촬영
- 스카이웨이 타고 정상 이동, 83타워 전망대 또는 야외 뷰 감상
- 체력이 남으면 저녁 야경 및 주말 불꽃놀이 관람 (날짜는 공식 인스타그램 확인 필수)
이날 이월드 하나만 돌아다녔는데 애플워치 활동 링이 990킬로칼로리를 기록했습니다. 파크 자체가 언덕 지형 위에 조성되어 있어서 걷는 것만으로도 운동량이 상당합니다. 동선을 미리 짜두지 않으면 체력을 쓸데없이 소모하게 되니까, 위 순서대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게 훨씬 효율적입니다.
롯데월드나 에버랜드의 혼잡함이 걱정된다면 대구 이월드는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선택지입니다. 볼거리, 즐길거리, 편의시설이 고루 갖춰져 있고, 평일이라면 기다림 없이 거의 모든 어트랙션을 반복해서 탈 수 있습니다. 다음에는 시간을 더 여유롭게 잡고, 이번에 그냥 지나친 먹거리들을 제대로 즐기고 돌아올 생각입니다. 대구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이월드를 일정 안에 넣어보시길 권합니다.
